헌법재판소 2003헌마289 행형법 시행령 제145조 제2항 등 위헌확인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李相京 재판관)는 2005년 2월 24일 재판관 6 : 3의 의견으로 교도소 내의 징벌인 금치 기간 중 집필을 금지하고 있는 행형법 시행령 제145조 제2항 본문 중 "집필"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 유○○은 징역형을 선고받고 전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중 교도소 내의 규율 위반을 이유로 금치 1월의 징벌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과 청원서의 작성을 위한 집필 허가를 교도소장에게 신청하였으나 불허되자 금치 기간 중 집필을 금지하고 있는 행형법 시행령 제145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행형법 시행령 제145조(징벌의 집행) ② 금치의 처분을 받은 자는 징벌실에 수용하고 그 기간 중 접견, 서신수발, 전화통화, 집필, 작업, 운동, 신문.도서열람, 라디오청취, 텔레비전시청 및 자비부담물품의 사용을 금지한다. 다만, 미결수용자의 소송서류 작성, 변호인과의 접견 및 서신수발은 예외로 하며, 소장이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접견.서신수발 또는 도서열람을 허가할 수 있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법률유보 원칙의 위반여부
(1) 국민의 기본권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한할 수 있으나 그 제한은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가능하며, 법률이 이를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경우에도 위임의 뜻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하고 법률에서 기본권 제한과 관련한 입법사항이 단지 언급되었다거나 일부 규정되어 있다고 하여 그것이 곧 입법위임의 근거로 될 수는 없다.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금치처분을 받은 수형자에 대하여 집필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징벌실 수용이라는 특별한 구금상태는 신체의 자유나 거주이전의 자유와 같이 수형관계에서 당연히 제한될 것이 예상되는 기본권에 대한 가중된 제한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에 부가되는 집필 금지는 당연히 예상되는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수형자에게 부여되는 집필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함으로써 그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의 제한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법률유보 원칙의 준수 여부가 문제된다.

(2) 행형법 제46조 제2항 제5호는 징벌의 일종으로 금치를 규정하고 있으나 금치의 구체적인 효과나 집행 방법에 대해 명시적인 규정이나 하위 법령에 위임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고 집필의 금지가 금치의 개념으로부터 당연히 도출된다고 볼 수 없어 집필을 금지하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법률적 근거로 볼 수 없고 달리 징벌 내지 금치에 관한 조항에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나아가 수용자의 처우를 정하고 있는 행형법상의 개별적인 조항들을 살펴보면, 행형법 제33조의3은 제1항에서 "수용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 집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 예외 사유로 집필의 내용이 교도소 등의 안전과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또는 기타 교화상 부적당한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금치 처분을 받은 자에 대해 집필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법률의 규정에 비해 가중된 제한을 하고 있고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집필 불허 사유와는 전혀 다른 사유로 집필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 제2항은 "집필용구의 관리, 집필의 시간.장소, 집필한 문서 등의 보관 및 외부제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집필이 허용됨을 전제로 하여 구체적인 집필의 실행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규정을 하위 법령에 위임한 것이므로 금치 기간 동안 집필을 금지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로 삼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금치처분을 받은 수형자의 집필에 관한 권리를 법률의 근거나 위임 없이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 및 제75조에 위반된다.

(3)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집필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로서 교도소의 질서와 안전의 유지에 어떤 위험을 줄 수 있는 행위가 아니며 수용자의 건전한 정신활동을 촉진하여 그의 교정.교화에 이바지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집필행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집필행위 자체는 허용하면서 집필시간을 축소하거나 집필의 횟수를 줄이는 방법 또는 예외적으로 집필을 허용할 수 있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여 집필을 제한하는 방법 등을 통해 입법목적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의하면 금치 기간 중에는 집필을 무조건 금지하여 집필이 수용자의 개인적인 사유로 반드시 허용되어야 할 경우이거나 교정.교화상 도움이 되는 경우에도 집필의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집필행위의 금지에 따른 제재적 효과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커서 징벌 대상자에 따라 실질적인 징벌효과가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금치처분을 받은 자에 대하여 일체의 집필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최소한의 제한을 벗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 반대의견(재판관 金京一, 재판관 宋寅準, 재판관 周善會)

가. 행형법 제33조의3 제1항은 집필을 허가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집필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예외적으로 소장이 허가하는 경우에 허용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위임 규정이 없더라도 집필이 허용되지 않을 수 있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같은 조 제2항에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집필의 '시간', '장소', '집필용구의 관리'는 금치 처분을 받은 자에 대해 '그 기간 동안', '징벌실에서', '집필용구를 소지할 수 없게 한다'는 내용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이미 기본권이 제한된 상태로 일정 기간 동안 강제적인 구금생활을 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형기를 마치면 교도소를 벗어나도록 예정된 수용자들에 대해 실질적으로 위하력을 가질 수 있는 제재는 사실상 그리 많지 않다. 수용자의 신분에서는 이미 집필에 대해 상당 정도 제한을 받고 있는데, 규율을 위반하여 가장 중한 징벌인 금치 처분을 받은 경우 종전에 제한적으로 누려오던 자유를 더욱 좁히거나 박탈하는 것을 특별히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대부분의 필기구는 남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자해의 도구로 사용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집필 금지는 교도소 내 안전과 질서 유지와 관련되며, 집필이 금지되는 금치 기간은 최장 2개월이나 실제로는 규칙의 개정으로 30일을 한도로 하고 있어 그 기간이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금치 기간 동안 집필이 불허되는 불이익에 비해 교도소의 질서와 안전의 유지, 수용자의 교정.교화라는 공익은 더욱 크다.
한편 이 사건 시행령 제145조 제2항은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필요한 경우 서신수발을 허용하고 있고 이는 당연한 전제로 집필을 허용하는 것이므로 금치 처분의 위법성을 직접 다투기 위해 필요한 서류 작성 등과 같은 경우는 이미 허용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