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헌바57 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 제2항 등 위헌소원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周善會 재판관)는 2004년 12월 16일 노동조합과 사용자 및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 제1항이 정하는 자 외 제3자가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간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 제2항 및 제89조 제1호 중 ‘간여’부분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달리 위헌으로 판단하여야 할 사유도 찾을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다만, 재판관 전효숙은 적법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대하여 위와 같이 법률이 정하는 자 외 제3자가 간여한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하는 한 합헌이라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98. 3. 23.경부터 1999. 6. 8.경까지 대검찰청 공안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전국의 노동 관련 사건 등 공안 관련 검찰 업무를 지휘·감독하며 공안사범 합동 수사본부장으로서 노사 문제 등에 대한 관련 기관의 업무를 조정·총괄하던 자로서, 1998. 9. 22.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대검찰청 공안부장실에서 한국조폐공사 사장인 강희복에게 전화로 ‘조폐공사의 직장폐쇄를 풀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라’는 취지로 말함으로써 조폐공사와 그 노동조합 사이에 진행 중이던 쟁의행위에 간여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청구인은 항소하여 그 소송(서울고등법원 2001노2159) 계속 중에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 제2항, 제89조 제1호 중 ‘간여’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2002초기82), 서울고등법원은 2002. 6. 14. 그 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같은 달 27.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 제2항 및 제89조 제1호 중 ‘간여’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여부인바, 그 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 (노동관계의 지원)
①노동조합과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자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 당해 노동조합이 가입한 산업별 연합단체 또는 총연합단체
2. 당해 사용자가 가입한 사용자단체
3. 당해 노동조합 또는 당해 사용자가 지원을 받기 위하여 행정관청에게 신고한 자
4. 기타 법령에 의하여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
②제1항 각 호외의 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간여하거나 이를 조종·선동하여서는 아니된다.
제89조 (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37조 제2항, 제38조 제1항, 제40조 제2항 또는 제42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

3. 결정이유의 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경위, 법률의 전반적인 체계, 법문의 구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간여”란,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에 관련된 제3자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평가하여 볼 때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의 강요·유도·조장·억압 등 노동관계 당사자의 자유롭고 자주적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간섭행위를 포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의미는 자의를 허용하지 않는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누구나 파악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 것이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여야 할 다른 사유도 찾아볼 수 없다.

재판관 전효숙의 한정합헌의견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적법 또는 불법을 가리지 않고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에 대하여 근로자와 사용자 외 원칙적으로 제3자의 간여를 금지하고 있는데, 제3자가 적법한 단체교섭 등에 간여하여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국가가 법률로써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근로3권을 약화시키게 되고 이는 결국 헌법 제10조 후문이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2) 적법행위에 간여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은 자연적 정의와 죄형법정주의의 정신에 배치된다. 적법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간여하는 것과 더 나아가 조종·선동을 하더라도 그 단체교섭 등이 적법한 한도 내에 머문다면 그 행위를 한 근로자 및 사용자는 물론이고 간여·조종·선동한 자 역시 처벌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기본적인 행위 자체에 아무런 위법성을 발견할 수 없음에도 그러한 행위에 관여하였다는 사유로 처벌한다는 것은 자연적 정의관에 반하기 때문이다.
(3) 노사관계 특히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와 같이 사회적으로 중대한 문제에 대하여 노사 관계자를 제외한 제3자가 아무런 행위나 표현을 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헌법 제10조 전문이 규정하는 행복추구권의 하나인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사회적으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치가 있는 행위에 대하여 간여하는 것은 사회 내 구성원 사이의 의사형성의 과정으로서, 그 행위가 반사회성을 갖지 않는 적법한 것이라면 이러한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 논의되고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4)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합헌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적용범위를 좁혀 적법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노동조합과 사용자 및 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 제1항이 정하는 자 외 제3자가 간여한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4. 관련 결정례
헌법재판소는 1990. 1. 15. 이 사건 법률조항과 근본적으로 같은 사항으로서 제3자 개입금지를 규정한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사건(89헌가103)과 1993. 3. 11. 구 노동조합법 제12조의2 등 위헌소원사건(92헌바33)에서 제3자 개입금지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