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 뉴스레터 칼럼



조병규 변호사
bkcho@jipyong.com

 

 

 

최근 건설, 토목 현장으로부터 당초의 공사도급계약에서 정한 도급금액보다 증액하여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질의가 늘고 있습니다. 종래부터 대부분의 도급계약은 그 이행기간이 매우 긴 탓에 여러 사정의 변화가 있을 수 있어 공사대금의 증감에 관한 분쟁이 잦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은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추세와 함께 국내의 건설시장, 원자재시장도 함께 매우 불안했던 터라, 완공에 임박하여 공사대금을 둘러싼 분쟁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급금액, 공사비의 조정에 대한 일반적인 해설은 총액계약, 단가계약, 원가가산보수계약으로 나누어 그 허용 여부를 논하고 있습니다. 총액계약(lump sum contract)은 계약 목적물 전체에 대하여 공사비 총액을 정하여 체결하는 계약, 단가계약(unit price contract)은 개별 공정이나 항목에 대한 단가와 요율을 기초로 물량을 감안하여 공사비를 정하는 계약, 원가가산보수계약(cost plus contract)은 공사비 원가와 공사에 따른 수급인의 보수를 미리 정하고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원가에 보수를 더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의 계약을 뜻합니다. 이와 같은 계약성질을 기준으로 한 구별에 따르면, 총액계약은 원칙적으로 공사대금의 증액, 변경이 허용될 수 없지만, 단가계약이나 원가가산보수계약의 경우 공사대금의 증액, 변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 시장에서 사용하는 공사도급계약은 위의 분류 중 어느 하나에 딱 들어맞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최근 사용되는 계약은 총액단가계약, 설계ㆍ시공 일괄계약(이른바 turnkey-base contract), 설계ㆍ조달ㆍ시공 일괄계약(EPC; 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 contract)과 같이 총액계약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설계변경, 물가변동, 자재조달비용변경 등에 따른 공사대금의 증감에 관하여는 별도의 조항을 두어 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른바 패스트 트랙 방식의 설계ㆍ시공 일괄계약이 체결된 프로젝트에서 설계변경 또는 불가항력의 사유로 인한 공사비의 변경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지만(물가변동을 이유로 한 공사비 증액은 불허, D건설의 G프로젝트), 설계ㆍ조달ㆍ시공 일괄계약 방식으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원칙적으로 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와 같이 제각각이고(예외적 인정, P건설의 P프로젝트), 심지어 계약기간이 10년 가까이 되는 장기프로젝트에서는 회계연도별로 사용한 계약서의 내용이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D건설의 S프로젝트).

결국 공사도급계약을 구분한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각각 다른 만큼, 공사대금의 증액이 가능한가는 공사도급계약의 성질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 공사계약의 내용을 살펴 과연 도급인과 수급인이 어떠한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어떠한 과정을 거쳐 공사대금을 조정하기로 합의하였는가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공사대금 증가의 허용 여부는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을 확정하는 법률행위 및 효과의사의 해석 문제로 귀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명백하게 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는 그 문언의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확정하여야 합니다. 다만,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형식과 내용,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40858 판결 등).

따라서 공사대금의 증액이 가능한가를 둘러싼 다툼은 작성된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의 문언 내용을 어떻게 해석, 이해하여야 하는가의 문제로, 표시된 문언을 중심으로 이해하되,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드러나지 않거나, 그 내용의 해석에 당사자 사이의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론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공사도급계약에 자주 사용되는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일반조건(국토해양부 고시 제2009-730호) 제19조 내지 제22조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관한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법 제19조, 시행령 제64조 내지 제66조, 시행규칙 제74조 내지 제74조의3)이 일종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당사자들이 이와 같은 계약, 합의에 이르렀거나 이르고자 했는데 그와 같은 조항이 누락된 사정이 보인다면 그 내용이 계약금액 조정의 근거가 될 것이고, 반대로 당사자들의 의도적으로 이러한 내용을 제외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다면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사금액의 증액을 둘러싼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사기간동안 변경될 사정을 모두 예측하여 계약내용을 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공사도급계약 체결시점과 다르게 시공되는 부분이 있다면 시공중이라도 해당부분의 공사대금을 어떻게 할지 협의하고 합의된 내용을 서류 등으로 남겨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합의가 여의치 않다면 공사비의 증액을 구해야 하는 수급인의 입장에서는 도급인의 추가 시공 요청, 추가 시공이 불가피했던 사정, 추가 시공에 들어간 비용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두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