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 뉴스레터 칼럼



정원 변호사
wjeong@jipyong.com

 

 

 

지난 해 건설, 부동산업계는 다른 분야 이상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 여파는 올해 고스란히 이어져 건설사들의 분양계획은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하였습니다.  최근 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PF부실의 위험이 환기되었습니다.  시장 상황이 호전된다는 소식도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올해 역시 내실을 키우며 리스크 관리에 보다 힘을 기울여야 할 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작년 저희가 직접 수행하거나 경험했던 사건들과 관련하여 몇 가지 공유할 만한 내용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재건축, 재개발 분야에서는 상당수 조합을 무효로 내몰았던 '백지동의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생겼습니다.  대법원은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동의서를 받을 때 일부 항목이 백지였다고 하더라도 행정청에 제출될 때 보충된 상태였다면 하자가 '명백'하지 않으므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기존 행정법원의 하급심 판례들과 다른 결론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상당수 조합들은 조합설립이 무산될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지방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사업성 악화로 인하여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들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사례들도 빈발하였습니다.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의 공정력(公定力)과 조합정관의 현금청산 조항의 유효성이 문제되는 사안인데 일부 하급심에서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가뜩이나 수익성이 악화된 재건축 사업의 위기를 심화시켰습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현금청산을 하도록 정한 정관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으며, 시공사 입장에서는 조합원의 분양신청율이 일정 비율 이상 확보되지 않으면 도급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조항을 둠으로써 일정한 사업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공동수급체 채권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기존 시장의 인식과는 다른 판결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동수급체가 발주처에 대하여 갖는 공사대금채권은 구성원들에게 지분에 따라 직접 지급되더라도 그 속성은 합유(合有)이므로 구성원의 채권자가 공사대금채권을 압류하면 무효라는 것이 일반적인 판례였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일부 하급심 판결례에서 구성원에게 직접 지급되는 공사대금채권은 적어도 구성원 내부적인 관계에서는 각자에게 개별적으로 귀속되는 채권이라는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결례에 따르면 대표사 입장에서는 공동원가분담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없는 사례도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구성원 중 일부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사안은 보다 복잡해집니다.  공동원가분담금 이행이 지체될 경우는 확정일자 있는 채권양도를 받아두는 방법 등으로 채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설공제조합 등 공제조합으로부터 보증금을 지급받는 일도 생각만큼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공제조합들은 회원사들의 부도가 늘어나는 등 보증채무이행금액이 늘어나자 보증심사기준을 강화하고 보증금 지급 과정도 엄격하게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문제삼지 않던 하도급비율(저가수주) 등을 문제 삼아 보증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편 1심 패소 후 강제집행정지신청을 하는 경우 과거보다는 강제집행정지의 필요성에 대하여 보다 높은 수준의 소명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항소를 제기하면서 강제집행정지신청을 하는 경우 대체로 1심 패소금액 전액 이상의 담보를 명하기 때문에 정지결정 자체는 쉽게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추세를 보면 소명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정지신청이 기각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항소심에서 승소하더라도 집행당한 금액을 회수하기 어려워 항소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과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법률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원칙과 기본에서 찾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