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노동법상 해고의 절차와 비용
     


(법무법인 지평지성 권용숙 변호사)

2003년 제정된 인도네시아 新 노동법은 1997년 외환위기, 32년간 인도네시아를 장기 집권한 수하르토 대통령 정권의 붕괴 및 민주화 등 일련의 과정에서 빈곤 및 대량 실업으로 인해 분출된 노동자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여 노동자 권리의 보호 및 근로조건의 개선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외국 투자자의 입장에서 인도네시아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약화시켰고, 노동시장여건의 악화 및 일시적인 경제성장 둔화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근로자의 해고를 위한 절차 및 해고를 포함한 근로관계 종결 일반에 소요되는 비용 면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인도네시아 노동법 교수 Rajagugguk는 "인도네시아에서 근로자 해고 절차는 배우자간 이혼보다 더 까다롭다"는 말로 경직된 해고제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노동법상 근로관계의 종결은 크게 근로자의 의사에 기반한 종결(사직)과 사용자에 의한 종결(해고)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인도네시아 노동법은 정리해고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바, 이는 회사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면이 있습어 보입니다. 해고를 위해 사용자는 (i) 근로자와 해고에 대한 협의, (ii) 조정, (iii) 노동법원(Labor Court)의 승인까지 3단계 절차를 거쳐야만 비로소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습니다. 관련법은 위 절차에 소요되는 법정 시한을 140 영업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고, 특히 노동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소할 경우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종래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해고 절차를 거치는 동안 해당 근로자에게 정상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최근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는 해고 절차가 계류중인 동안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에게 종전과 같이 정상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결국 사용자가 근로자의 불성실한 태도 등을 이유로 해고할 계획 하에 해당 근로자에게 대기 발령 내지 휴가를 부여할 경우에도 노동법원(또는 대법원)으로부터 해고승인을 받기까지 최대 2년 이상 급여를 지급하여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정식 해고 절차를 거치기 보다 근로자와의 합의의 방법을 통한 근로관계의 종결을 선호하고 있고, 자연히 정식 해고의 경우에 근로자에게 지급할 금액보다 더 많은 경제적 지출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근로관계 종결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퇴직금(Severance Pay; Sang Pesangon), 장기근속수당(Service Pay; Uang Penghargaan Masa Kerja), 손실 보상금(Usan Ganti Rugi), 자진퇴사보상금(usan Pisah) 등을 지급하여야 하는데, 종결사유에 따라 지급되는 항목상 차이가 발생합니다. 즉, 자진 퇴사 및 중대과오에 의한 해고의 경우에는 통상 손실보상금과 자진퇴사보상금(주로 자진퇴사의 경우에 국한) 정도에 그치지만, 사용자측 사정에 의한 근로관계 종결 또는 경미한 과오를 원인으로 한 해고의 경우 퇴직금, 장기근속수당, 손실보상금 등 사용자의 부담이 증가합니다. 특히, 사용자측 사정에 의한 근로관계 종결의 경우 퇴직금의 2배를 지급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앞서 본 해고절차의 문제점으로 인해 중대과오를 이유로 퇴직금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경우에도 상호 합의를 통해 근로관계를 종결하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고, 이 경우 법상 인정된 금액 외에 일정액을 추가 지급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최근 해고의 절차 및 금전 보상과 관련하여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는 인도네시아 국적 법인(예컨대, 외국인투자기업)에 고용된 외국 국적 근로자에게도 위와 같은 절차적 보호 및 금전적 보상제도가 적용되는지 여부입니다. 인도네시아가 ILO 국제노동협약 가입국이고, 노동법은 국적을 전제로 한 법률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리상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인도네시아 노동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인도네시아 노동법은 자국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개선을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및 기타 혜택을 부여 받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게까지 위 법을 적용하는 것은 실질과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기업으로서는 예컨대, 본국 근로자를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소속 근로자로 채용하고자 할 경우 파견계약 또는 고용계약 등에 준거법 및 근로관계종결의 절차 및 보상에 대한 특별규정을 두어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논란을 방지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