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제3자 명의 자기주식취득에서 '회사의 계산'의 구체적 의미

 정철 변호사이태현 변호사

   
   
 

1. 사실관계 및 쟁점

A사의 이사들이 B사를 설립한 다음 B사가 A사의 최대주주로부터 A사 발행주식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A사로부터 그 주식인수자금을 지원받은 사안입니다. 즉 A사가 자신이 발행한 주식을 인수하는 B사에게 주식인수대금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원 내지 출연해 준 것과 관련하여 상법상 자기주식의 취득이 문제되었습니다. A사는 B사에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i) 계약상 대금을 선급금 형식으로 지급하였고 (ii)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연대보증을 제공하였으며 (iii) A사의 중요한 영업부문과 재산을 B사에게 부당하게 이전하기도 하였습니다.

상법 제341조는 '회사의 계산'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통상 제3자 명의로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회사의 계산'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문제됩니다.


2. 제3자 명의 자기주식취득에서 '회사의 계산'의 의미

가.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입장

대법원은 회사가 제3자 명의로 회사 주식을 취득하였을 때 자기주식의 취득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① 주식의 취득을 위한 자금이 회사의 출연에 의한 것이고 ② 주식취득에 따른 손익이 회사에 귀속되는 경우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상법 제341조에 규정된 '회사의 계산'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제3자 명의의 주식취득도 회사의 계산에 의하게 되면 회사의 자본적 기초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지되는 것입니다.

나. 대법원에서 '회사의 계산'이 문제된 사례 분석

(1) '회사의 계산'을 부정한 사례(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 23610 판결)

본 사안에서 원고는 B사의 A사 주식취득행위는 A사의 자금지원과 불법적 희생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자금이 A사의 자금출연에 의한 것이고 그 주식취득에 따른 손익이 A사에 귀속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방식의 주식취득은 A사의 자본적 기초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근거로 실질적으로 A사의 계산이나 전폭적인 금융상 지원 하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상법 제341조의 자기주식 취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B사의 주식인수자금이 A사의 출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인정되지만, A사와 B사 사이에 주식취득에 따른 손익을 A사에 귀속시키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 등 주식취득의 손익귀속이 A사에 귀속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회사의 계산'을 인정한 사례(대법원 2003. 5.16. 선고 2001다44109 판결)

위와 달리 '회사의 계산'을 인정된 사례가 있어 비교 차원에서 소개합니다. 제3자가 회사의 제안에 따라 제3자의 명의로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하되, 그 신주인수대금을 회사로부터 대출받아 신주를 인수한 사안이었습니다(인수한 신주 전부를 회사에게 담보로 제공). 동 사안에서 제3자와 회사는 별도의 계약을 통해 회사에게 영업정지 등의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그 전 일자로 제3자는 원고에 대하여 자신이 인수한 주식 전부를 매수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일종의 Put Option)를 가지는 것으로 약정하였습니다. 위 계약에서는 주식의 매수가격을 발행가격과 동일하게 정하여 매매 시 제3자의 대출금채무와 상계된 것으로 간주하였고 이자 등 일체의 채권에 대한 회사의 권리는 상실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① 회사가 신주인수대금을 대출해 준 것은 '회사의 출연'에 해당하고, ② 제3자와 회사 사이의 계약에 따라 일정한 경우 제3자가 인수한 주식을 회사에게 매도하고 대출금 채무를 변제하지 않아도 되는 약정은 주식취득에 따른 손익이 회사에 귀속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라고 보아 상법상 금지되는 '회사 계산'에 의한 자기주식취득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3. 판결의 시사점

금번 대법원 판례는 '회사의 계산'에 의한 자기주식 취득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회사의 출연만으로는 '회사의 계산'으로 인정할 수 없고 주식취득에 의한 손익이 회사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주식취득으로 인한 손익이 회사에게 귀속되는 모습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제3자와 회사가 별개의 약정을 통해 회사가 추가적인 금전수수 없이(주식매수자금으로 출연한 금액의 회수 없이) 제3자 명의의 주식을 다시 매수하기로 한 사정 등이 존재하는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므로 회사의 계산을 판단함에 있어 이러한 약정의 존재 유무가 손익귀속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2012년 4월 15일 시행될 개정상법에 의하면 회사 명의/계산에 의한 자기주식 취득이 허용되지만 일정한 방법상 제한이 있습니다. 따라서 개정 상법에 의하더라도 위 대법원 판례 이론이 종전과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가 있으므로 여전히 유의미한 판례라고 생각됩니다.


4. 다운로드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23610 판결 /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다4410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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