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2011. 12. 공정거래 사건 동의의결제 도입ㆍ시행
     


(좌: 법무법인 지평지성 김지홍 변호사, 우: 이병주 변호사)


오랫동안 찬반 논란이 있어왔던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동의의결제'가 드디어 2011년 12월 2일부로 도입되었습니다.


'동의의결제'란


'동의의결제'란 미국에서 유래한 제도로 경쟁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사업자가 문제된 행위를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경쟁당국에 신청하면, 경쟁당국이 검토한 후 사업자와 협의를 통해 최종 조치방안을 결정하여 사건을 종결시키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문제된 행위가 위법한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당국과 사업자가 합의한 시정방안을 부과하는 것으로 조사를 종결짓는 제도입니다.

동의의결제의 도입에 대해서는 그동안 찬반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i) 경쟁당국의 경우 위법성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사건처리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여 집행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고 특히 IT 분야처럼 급격한 기술변화로 인해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경우 사건처리의 실효성과 적시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ii) 기업의 경우 기존 경쟁당국의 시정조치에 따른 기업 이미지 손상을 피하고 법적 분쟁에 따른 각종 비용 및 위험을 회피할 수 있고, iii) 소비자의 경우 또한 과징금은 국세로 편입되어 직접적으로 소비자를 구제하기에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내용의 동의의결을 통해 소비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반면, 동의의결제의 도입에 반대하는 쪽은 i) 동의의결제는 영미식 당사자주의에 입각한 분쟁해결시스템으로 대륙법계 국가인 우리와 법체계상 맞지 않고, ii)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속고발권(공정거래법 제71조 제1항)을 비롯해서 이미 재량의 여지가 큰 법 집행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동의의결까지 하게 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기업에 면죄부를 줄 우려가 더욱 커진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이 같은 찬반 논의를 떠나 동의의결제는 이미 도입되었고, 공정거래법 집행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기업들로서도 이 제도의 내용과 장ㆍ단점 등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 혹은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이번에 도입된 동의의결제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봅니다.


동의의결의 대상


개정법률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나 심의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모두 동의의결의 대상이 됩니다(법 제51조의2 제1항). 단 문제된 행위가 ① 법 제19조 제1항에 따른 '담합행위'이거나, ② 법 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한다고 인정되는 경우 동의의결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법 제51조의2 제1항 제1호 내지 제3호).

'담합행위'와 '현저한 경쟁저해행위'를 동의의결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는, 이러한 행위는 위법성이 명백한 만큼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정책판단에 있습니다.

결국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기업결합, 불공정거래행위 등과 같이 다양하고 탄력적인 시정방안이 요구되는 분야에 동의의결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가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업자단체의 담합행위'입니다. 당초 개정안에서는 '사업자단체의 담합행위'도 제외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최종 입법시에는 이것이 빠져버렸습니다. 입법 과정만 놓고 보면, 사업자단체 답합의 경우 동의의결이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업자 간 담합이나 사업자단체 담합이나 그 본질적 내용은 동일함에도 이 둘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하여 논란이 예상됩니다.


동의의결의 절차


동의의결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되게 됩니다.


사업자의 동의의결 신청(①)은, 법문에 신청시기와 관련한 특별한 제한이 없으므로 최종 심결 전에는 언제라도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법 제51조의2 제1항). 신청시 i) 해당 행위를 특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 ii) 해당행위의 중지, 원상회복 등 경쟁질서의 회복이나 거래질서의 적극적 개선을 위해 필요한 시정방안, iii) 소비자, 다른 사업자 등의 피해를 구제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시정방안을 기재한 서면을 제출해야 합니다(법 제51조의2 제2항 제1호 내지 제3호).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의결 절차의 개시결정(②)은 신속한 조치의 필요성, 소비자 피해의 직접 보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집니다(법 제51조의3 제1항). 이에 따라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되면 기존의 시정조치 등을 위한 사건처리는 중단되고 동의의결 신청인의 시정방안을 검토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신청인과의 협의를 거쳐 시정방안이 수정(③)될 수도 있습니다(법 제51조의2 제3항). 한편 신청인과 협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의의결 절차를 종료하고 통상의 시정조치 절차를 개시할 수도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사업자간 협의된 시정방안은, 동의의결을 하기 전 3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이해관계인(신고인, 경쟁사업자 및 소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④)을 거쳐야 합니다. 즉,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해관계인에게 i) 해당 행위의 개요, ii) 관련 법령 조항, iii) 시정방안(시장방안이 수정된 경우 수정된 시정방안), iv) 사업상 또는 사생활의 비밀 보호나 기타 공익상 공개하지 적절치 않은 것을 제외하고, 해당행위와 관련하여 신고인 등 이해관계인의 이해를 돕는 그 밖의 정보를 통지하거나 관보 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고하는 방법 등으로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합니다(법 제51조의3 제2항 제1호 내지 제4호).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위 4가지 사항을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하여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검찰총장과는 한발 더 나아가서 협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법 제51조의3 제3항).

이와 같이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수렴 과정이 끝난 시정방안은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또는 소회의에 상정되게 되고, 이후 시정방안을 심의ㆍ의결을 거쳐 동의의결을 하게 됩니다(⑤). 만약 각 회의에서 시정방안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 통상의 시정조치 절차가 재개됩니다.


동의의결의 효력


동의의결의 가장 큰 의미이자 효과는 문제된 행위의 위법성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즉,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의결은 문제된 행위가 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것이 아니며, 신청인이 이와 같은 동의의결을 받았다고 해서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동의의결의 대상이 된 문제된 행위를 위법하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법 제51조의2 제4항). 따라서 동의의결에 참여한 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려는 자는 그 위법성에 대하여 별도로 주장ㆍ입증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대단히 복잡하고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사업자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유인이 됩니다.

만약 동의의결 사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상당한 기한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공정위는 동의의결이 이행되거나 취소되기 전까지 1일당 200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법 제51조의5 제1항). ① 동의명령의 기초가 된 시장상황 기타 사실관계에 현저한 변경 등으로 시장방안이 적정하지 않거나, ② 신청인이 불완전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였거나 거짓 또는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인해 동의의결을 받거나, ③ 신청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동의의결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아예 동의의결 자체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법 제51조의4 제1항 제1호 내지 제3호).


동의의결제 활용에 대한 전망


앞서 살펴본 것처럼 동의의결제는 경쟁당국, 기업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유익한 점이 있습니다. 특히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이미지 실추 및 민사소송의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문제된 행위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받지 않고 경쟁당국과 협의하여 사건을 종결 지을 수 있으므로 동의의결제를 활용할 실익이 큽니다.

다만, 동의의결제가 실제로 활발하게 이용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 보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기업이 동의의결로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할 경우 앞서 절차에서 살펴본 것처럼 문제된 행위와 관련된 각종 정보가 관계 행정기관의 장 및 검찰총장에게 통보되기 때문입니다(법 제51조의3 제3항). 이러한 점은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피하려다가 다른 행정기관 또는 검찰의 조사를 받을 수도 있으므로, 그야말로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이는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에서도 동의의결제를 활용하는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가 존재합니다. 예컨대, 문제된 행위가 담합행위도 아니고, 법 제51조의2 제1항 제2호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 즉 검찰에 고발할 정도로 위반 정도가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사안을 사업자와 협의하여 동의의결하는 경우 가정해 봅니다. 그런데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수렴 과정 중 검찰은, 문제된 행위의 위반 정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과는 달리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에게 문제된 행위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해당 사건을 검찰총장에게 고발해야 할 것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법 제71조 제2항). 나아가 검찰총장은 위와 같이 문제된 행위에 고발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다는 점을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하여 고발을 요청하게 될 것입니다(법 제71조 제3항).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법 제71조 제1항)를 둘러싼 양 기관의 힘겨루기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로서는 가급적 검찰이 개입되는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어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에서 보면, 효율적이고 신속한 법집행이라는 동의의결제에 대한 유인은 상당히 반감될 것입니다.

이처럼 동의의결제가 얼마만큼 많이 활용될 수 있는지는 좀 더 기다려 보아야 하겠습니다만, 기업으로서는 공정위 조사에 대응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으로 동의의결제가 있다는 점과 함께 위와 같이 유의해야 할 부분 또한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피지기여야 백전백승할 수 있듯이 동의의결제의 여러 측면을 파악하고서야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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