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동의율 부족을 조합설립인가무효 사유로 보아야 하는지
     


(법무법인 지평지성 정원 변호사)


1. 동의율 부족에 따른 문제 양상의 변화 : 민사법원 심리 시기로부터 행정법원 심리 시기로 이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정한 동의율을 갖추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조합이 있습니다.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받고 철거에 착수하였습니다. 조합원의 90% 이상이 분양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일부 조합원이 조합설립인가무효 소송을 제기합니다. 동의서 중 일부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심리결과 법정 동의율에 1% 정도 부족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 조합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2009년 9월 조합설립인가무효 소송은 행정사건으로서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으로 다룰 수 없다는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다2428 판결 등)이 나오기 전까지 거의 대부분의 조합설립무효확인 사건은 민사법원에서 심리되었습니다. 동의율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변론종결 이전까지만 동의서를 새로 걷으면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민사법원에서 조합설립무효를 다루는 것이 법리상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상적으로 추진되어온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행정법원으로 사건들이 넘어오면서 문제의 양상이 바뀝니다. 행정처분의 위법성 판단 시점은 처분시(處分時)입니다. 사후적으로 동의서를 걷어도 하자를 치유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한 법정 동의율이 부족할 경우 법원에서는 별다른 고민 없이 조합설립인가가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동의율이 부족한 경우 하자가 중대할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동의율을 훨씬 상회하는 조합원들이 아파트를 분양받겠다고 신청한 사업들조차 갑자기 조합설립무효라는 불의타를 맞고 좌절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2. 최근의 판례 흐름과 사안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방안


앞에서 제시한 사례는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처럼 하자가 있더라도 행정처분 자체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이 공공복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일반적인 해결 방안은 행정소송법에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바로 사정판결(事情判決) 제도입니다. 원고의 청구가 이유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 것입니다(행정소송법 제28조 제1항). 하지만 위 사안에 대하여 사정판결을 할 수 없습니다. 행정소송법은 하자가 취소 사유인 경우에 한정하여 사정판결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동의율 부족을 무효 사유로 관념하는 이상 현행 제도 상으로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도출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동의율이 부족한 사유를 반드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무효 사유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하자의 무효/취소는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법원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판단할 사항입니다. 법원은 "행정처분이 당연 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 여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7. 6. 19. 선고 95누866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조합설립인가 후 상당 기간 사업이 추진되어 현 시점에서 사업을 취소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반하며, 법정 동의율에 근소하게 부족한 사안이라면 해당 사건의 구체적 사정을 심리하여 법정 동의율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하자가 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예외적인 사례들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고의 변화가 하급심 판결례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안은 서울 마포구 Y구역에 관한 사건입니다. 심리결과 유효한 토지등소유자 동의율은 71.79%로 법정 동의율에 3.21% 부족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법상 요구되는 동의율 75%에서 불과 3.2% 정도 미달한 것에 불과한 점…(중략)…하자를 치유하기 위하여 다시 건축물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기재된 토지등소유자 319명의 동의서(동의율 75.6%)를 피고에게 제출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까지 받은 점…(중략)…위와 같은 동의율의 하자가 있음에도 이 사건 인가처분을 한 것이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서 당연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10. 6. 3. 선고 2009구합48777 판결 – 위 사건의 항소심에서는 변경인가를 이유로 각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기존과 달리 동의율 부족을 무효 사유로 단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심리를 통해 하자의 중대, 명백성을 판시한 점에서 주목할 판결례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법원이 위와 같은 변화를 수용할지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최근 동대문구 Y구역에 관한 사건에서 엄격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동의서 1장의 효력 유무에 따라 법정 동의율 충족 여부가 달라지는 사안에서 문제되는 1장의 동의서를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사건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3. 결론


법정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한 하자는 다른 하자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중대한 하자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한 비율이 근소하고, 사업이 상당한 정도로 추진되었으며 추가로 동의서를 받는 등 사업추진이 조합원 다수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등의 사정들이 있다면 동의율 부족의 하자를 무효 사유로 단정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심리를 통하여 무효에 해당하는 하자인지 취소에 해당하는 하자인지 판별해 내는 섬세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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