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상법】유연한 회사 운영의 기반 제공과 강화된 이사의 책임 도입
     


(법무법인 지평지성 정철 변호사)


내년 4월 시행될 상법 개정안은 회사법 분야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입니다. 개정내용을 개괄해 보면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가 두드러져 보입니다. 여기에 정보통신 기술을 기업경영에 도입하기 위한 시도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회사법제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눈에 뜨입니다.

개정상법은 새로운 회사형태를 다양하게 도입하였습니다. 종래 한국 회사법상으로는 4가지의 회사형태가 가능했고, 조합은 민법상 인정되는 경우 이외에 일부 특별법에 의해 인정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회사법상 4가지의 회사 유형 중에서 주식회사 형태가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 외의 회사형태는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식형태 이외의 회사 유형을 채택할 경우 이를 의문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을 정도라서, 아무리 작은 소규모의 회사라고 하더라도 주식회사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개정상법은 민법의 조합과 다른 합자조합(Limited Partnership)을 도입하고, 회사의 유형의 하나로 유한책임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를 도입하였습니다. 합자조합은 기존의 민법상 조합과 달리 무한책임조합원 이외에 유한책임을 지는 유한책임조합원을 두어 조합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유한책임 원리를 도입하였습니다. 유한책임회사는 회사의 설립, 운영과 기관의 구성 면에서 당사자들의 사적자치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범위를 넓게 인정하여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조세혜택이 특정한 회사유형의 채택 여부를 결정했던 사례에 비추어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회사에 대해서 일정한 조세혜택이 부여되는가에 따라 향후 다수에 의한 채택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입니다.

개정상법은 주식이나 사채 등 증권 발행의 측면에서도 효율성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종전의 주식회사에 대해 규정되고 있던 최저자본금제가 폐지되고, 액면금이 없는 무액면주식이 도입되었습니다. 회사 설립단계에서의 유연성이 커질 것이 예상됩니다. 또한 기존상법은 주식회사가 발행할 수 있는 주식을 보통주식과 매우 제한적인 형태의 우선주식만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자본시장을 통한 다양한 자금조달을 촉진하기 위하여 개정상법은 당사자들의 결정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권리와 의무를 포함하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발행총액이 제한되고, 그 종류도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만으로 한정되고 있던 사채제도에도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개정상법은 사채의 발행총액 제한 규정을 폐지하고, 이익배당참가부사채 등 다양한 형태의 사채 발행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자본조달의 유연성과 동전의 양면 관계에 있는 것이 회사의 자본충실 원칙입니다. 기존까지 상법은 자본충실을 회사법 운영의 대원칙으로 두어 이에 반하는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법원도 이러한 기준에 따라 상법을 해석해 오고 있었습니다. 개정상법은 자본충실을 다소 완화하여 자본조달의 유연성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주금납입을 채권에 대한 상계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종전까지 채권에 의한 상계로 주금을 납입하는 것은 별도의 법률에 의하여 출자전환이 예외적으로 인정된 경우 외에는 불가능하였습니다.

개정상법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하여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였습니다. 회사기회의 유용이라는 개념은 종전까지 상법에서 인정되지 않던 개념이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회사의 기회를 이사 또는 이사의 특수관계인들이 유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회사에 귀속되어야 할 이익을 다른 개인에게 부여하는 현상이 사회적으로 문제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인정되던 회사기회의 유용금지 원칙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회사기회의 유용이 가능하려면 이사회의 2/3 이상 찬성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회사에 발생한 손해에 대한 청구도 가능합니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개정상법은 이사의 자기거래 범위에 해당 이사와 회사 사이의 거래만이 아니라 이사와 일정한 관계를 가지는 자들과 회사 사이의 거래까지 포함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거래의 승인을 위하여 사전에 이사회에 거래 내용을 밝힐 의무를 부과하고, 승인을 위한 결의요건도 특별결의로 정하였습니다.

상법이 견지해 오던 중요한 원칙으로 앞서 본 자본충실의 원칙 이외에 주주평등의 원칙이 있습니다. 모든 지분권자는 주주로서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으로서 상법의 태도 및 법원의 해석기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원칙입니다. 이에 따라 상법은 종래 다수 지분권자가 일방적으로 소수 지분권자의 주식을 매수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고, 합병과정에서도 주주평등의 원칙을 일관하여 주식교부에 의한 합병만을 인정하여 교부금 합병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개정상법은 기업의 효율성 측면에서 완고한 주주평등의 원칙을 다소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정상법은 95% 이상의 다수 지분권자가 소수 지분권자의 주식을 매도하도록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소수 지분권자가 95% 이상의 다수 지분권자에게 자신의 주식을 매수하도록 청구할 권리를 부여하여, 소수주주의 자금회수 측면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한편, 개정상법은 합병의 대가로 소멸하는 회사의 주주에게 존속하는 회사의 주식 대신에 금전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여 교부금 합병을 도입하였습니다.

개정상법에 따라 종래에 허용되지 않던 삼각합병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삼각합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소멸하는 회사의 주주에게 존속하는 회사의 주식 대신 그 모회사의 주식을 합병대가로 교부하는 것이 가능해야 하는데, 개정상법이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주총회의 결의 대신 이사회의 결의로 진행이 가능한 소규모 합병의 요건도 종전의 5% 이하의 신주 발행이 되는 경우에서 비율을 10%로 늘려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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